내 이름으로 낸 돈이 아니라는 걱정
조합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계약금을 배우자나 자녀 계좌에서 보냈는데 이래도 내가 청구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가입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 계좌에 마침 돈이 있었고, 홍보관에서도 입금자 이름은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몇 년 뒤 돌려받으려 할 때 생깁니다. 계약자는 나인데 이체 기록에는 다른 이름이 찍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구조에서 8,000만원 전액이 인정된 사건의 기록입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사건 개요 — 인가 신청 기한을 약속한 추진위
2023년 8월, 조합원은 (가칭)오금역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와 전용면적 84제곱미터를 신청 대상으로 하는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금 3,500만원은 조합원의 자녀 명의 계좌에서 입금됐습니다. 추진위원회와 사이에 그 돈을 이 계약의 계약금으로 처리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이후 추가 납입이 이어져 합계 8,000만원이 되었습니다.
계약 당시 조합 측은 기한을 못박은 확약을 했습니다. 정해진 날까지 관할 관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기한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가족 명의로 낸 돈은 어떻게 인정되나요
중요한 것은 계좌 명의가 아니라 그 돈을 누구의 분담금으로 처리하기로 했는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입금액을 이 계약의 계약금으로 처리하기로 하는 합의가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명의가 다르다는 사정이 청구를 막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부분이 다툼거리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가 제3자의 돈이라고 다투면, 계약자가 그 돈으로 자기 채무를 이행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입금 직후 조합이 발급한 영수증에 계약자 이름이 적혀 있는지, 조합과 주고받은 문자에 확인이 남아 있는지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그래서 입금 자체보다 그 무렵의 기록이 중요합니다.
인가 신청 기한 확약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조합설립인가는 큰 분기점입니다. 인가를 받으려면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 사용권원과 조합원 요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래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기한을 정해 확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인가를 신청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가입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판단 근거로 제시되는 문구입니다.
그 기한이 지나도록 신청이 없으면, 가입을 결정하게 한 전제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 됩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반환을 구할 근거가 되고, 시점도 명확해집니다. 사업이 무산됐는지를 두고 다투는 것보다 기한이 지났는지를 따지는 편이 훨씬 단순합니다.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를 함께 상대한 이유
이 사건의 피고는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 두 곳이었고, 주문은 두 피고가 공동하여 지급하도록 정해졌습니다.
추진위원회는 조합 설립 전 단계의 조직입니다. 법인격이 없는 사단으로 취급되며, 사업이 무산되면 남는 재산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무대행사를 함께 넣어두면 집행 단계에서 선택지가 늘어납니다. 두 피고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이므로, 어느 쪽에서든 전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이긴 뒤에 소송비용은 어떻게 되나요
판결 주문에는 소송비용을 피고들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다만 그 문장만으로 바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환받으려면 별도로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을 신청해 얼마인지를 확정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판결 뒤 그 절차를 밟아 상환액을 확정했습니다.
확정 대상에는 인지대와 송달료 같은 실비뿐 아니라 변호사보수도 규칙에서 정한 한도 내에서 포함됩니다. 실제로 지출한 전액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수 규모가 달라지는 절차입니다.
이 결정을 받아두면 원금 채권과 함께 집행할 수 있습니다. 판결로 받을 돈에 소송비용 상환액이 더해지는 구조입니다. 이 절차를 모르고 넘어가면 이겨놓고도 비용은 그대로 부담하게 됩니다.
추진위원회 단계라 오히려 나은 점
조합이 설립되기 전이라 불안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회수 측면에서는 유리한 국면이 있습니다.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이므로 신탁 계좌에 예치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반대로 인가가 나고 공사가 시작된 뒤에는 자금이 이미 집행되어 남은 것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판단 시점이 결과를 가릅니다. 기한 확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그 시점이 하나의 기준선이 됩니다.
공동하여 지급하라는 말의 뜻
주문에 적힌 표현을 그대로 읽으면 피고들이 공동하여 지급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문장은 두 사람이 절반씩 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전액을 어느 쪽에든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추진위원회에 남은 재산이 없으면 업무대행사 재산에서 전액을 회수할 수 있고, 반대도 가능합니다. 둘 중 한쪽이 갚으면 그 범위에서 다른 쪽의 의무도 함께 없어집니다.
회수 실무에서는 이 구조가 결정적입니다. 상대가 하나뿐이면 그 하나가 비어 있을 때 절차가 멈춥니다. 그래서 소를 내기 전에 누구를 함께 넣을 수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계약서에 서명한 주체, 홍보관을 운영한 주체, 돈이 실제로 들어간 계좌의 명의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은데, 그 차이가 곧 피고 후보입니다.
확약서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기한이 적힌 서면을 받지 못했거나 잃어버린 경우도 많습니다. 그 자체로 청구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입 무렵 조합이 배포한 안내문, 홍보관에서 설명하며 보여준 사업 일정표, 총회 자료에 적힌 인가 예정 시기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받은 안내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식보다 그 무렵 어떤 설명을 근거로 가입을 결정했는지가 남아 있는지를 봅니다.
조합이 스스로 만든 자료가 가장 유용합니다. 홍보물에 적힌 일정이 실제 진행과 크게 어긋나 있다면 그 차이 자체가 자료가 됩니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런 신호가 보이면 확인해 보십시오
- 가입할 때 안내받은 인가 신청 기한이 이미 지났다
- 계약금이나 분담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서 보냈다
- 추진위원회 사무실 연락이 예전 같지 않다
상담 전에 준비할 것
- 조합가입계약서와 기한이 적힌 확약서·안내문
- 입금 계좌 명의가 다르다면 그 계좌의 이체 내역
- 입금 무렵 조합이 발급한 영수증과 주고받은 문자
계좌 이름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리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돈이 누구의 계약금으로 처리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서류를 모아 오시면 그 자리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