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손에 쥔 순간,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록 조합은 "집행할 재산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통장에는 여전히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면 — 그 막막함은 소송보다 더 가혹하게 느껴지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합 명의 계좌가 사실상 비어 있는 구조에서 자금이 모여 있는 곳은 신탁사입니다. 신탁법 제22조 단서를 공략해 그 신탁재산을 가압류하는 것이 현실적인 회수 경로입니다.

승소 후에도 빈손인 이유 — 조합 통장에 돈이 없는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실무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이겼는데 왜 못 받나요?" 처음엔 저도 반사적으로 재산명시신청을 떠올렸는데, 지역주택조합 사건은 구조가 다릅니다. 주택법 제11조의2는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신탁업자와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합니다. 즉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은 조합 명의 계좌가 아니라 신탁사가 관리하는 별도 계좌에 예치됩니다. 조합이 "돈 없다"고 버티는 게 거짓말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에요.
수도권 신혼부부 K씨(30대 초반, 맞벌이) 사례를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약 5,500만 원을 납입하고 탈퇴 의사를 밝혔지만 조합은 "대체 조합원이 입금돼야 환불된다"는 규약 조항을 내세워 2년 가까이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부당이득반환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조합 명의 계좌 잔액은 사실상 0원이었고, 자금 전체는 신탁사 관리 계좌 안에 있었습니다. 조합을 상대로 받은 판결만으로는 신탁사 계좌에 손댈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 단계에서 많은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이미 이겼는데 또 소송해야 하나"는 막막함입니다. 맞습니다 —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신탁법 제22조 단서가 열어 주는 틈 — '신탁사무 처리상 발생한 권리'란 무엇인가요?
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은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보전처분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그런데 같은 조 단서는 예외를 둡니다.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한 줄이 핵심입니다.
분담금 반환채권이 이 단서에 해당하는지가 법리 싸움의 전부입니다. 논거는 이렇게 구성합니다. 신탁사는 단순 보관자가 아니라 주택법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을 관리·집행할 법적 의무를 진 주체입니다. 조합원의 탈퇴·환불 정산은 신탁사가 수행해야 할 자금관리 업무, 즉 신탁사무의 본질적 내용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분담금 반환채권은 신탁사무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한다는 것이 2026년 현재 실무에서 가압류 인용을 이끌어낸 논거입니다.
단,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논거가 쉽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닙니다. 하급심 다수는 신탁재산 가압류를 기계적으로 기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탁사는 신탁법 제22조 제2항에 따라 가압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상 집행 절차 조항을 방패로 삼을 수 있다는 점(최근 대법원 판례 확인)도 변수입니다. 가압류가 '걸면 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 단서 해당성에 대한 치밀한 법리 구성이 승패를 가릅니다.

가압류 신청의 골든타임 — 집행권원 확정 후 언제까지 움직여야 소멸시효가 끊기나요?
판결이 확정되면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으로 연장됩니다(민법 제165조). 그런데 그 10년을 멍하니 기다리면 조합이 자산을 이전하거나 사업이 청산되면서 회수 가능한 재산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가압류는 소멸시효 중단 사유(민법 제168조)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신탁사 계좌에 잔액이 있을 때 선점하는 타이밍입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잔액이 없거나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 발생이 상당히 기대되지 않는 계좌에 대한 압류는 효력이 없고, 시효중단 효력도 압류명령 송달 시점에 종료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잔액 0원인 신탁계좌를 압류해봐야 법적 효력도, 시효 중단 효과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단계에서 비전문가가 직접 하면 대개 막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 계좌 특정과 잔액 확인 없이 서류만 제출하면 기각 후 시효 중단도 실패합니다.
K씨 부부는 결국 법무법인 서앤율과 함께 신탁사의 자금집행 스케줄을 확인하고, 잔액이 실제로 존재하는 시점을 포착해 가압류 신청 타이밍을 맞췄습니다. 판결 확정 후 3개월 안에 움직이는 것을 실무상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탁사 계좌 가압류 → 추심명령 실전 절차 — 법원 제출 시 입증 포인트 3가지는?
가압류는 민사집행법 제276조에 따라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야 합니다. 신탁사 계좌를 겨냥할 때 추가로 필요한 입증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① 피압류채권의 존재 입증. 최근 대법원 판례는 채권압류·추심명령에서 피압류채권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이 채권자에게 있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서, 신탁사가 보유한 조합원 분담금 잔액 확인 자료, 조합과 신탁사 사이의 환불 절차 규정 등이 핵심 서류입니다.
② 환불 절차 요건 충족 소명. 같은 판례는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상 환불 관련 절차가 준수되어야 반환채권이 성립·행사된다고 했습니다. 조합 규약상 '대체 조합원 입금 조건' 같은 환불 제한 조항이 있다면 그 조항이 무효이거나 이미 충족됐다는 점을 함께 소명해야 합니다.
③ 단서 해당성 법리 구성. 신탁법 제22조 단서 — '신탁사무 처리상 발생한 권리'임을 구체적으로 논증한 의견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이 없으면 법원이 본문 규정(강제집행 금지)만 보고 기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압류 결정 후에는 민사집행법 제291조에 따라 본안소송(또는 이미 확정판결이 있으면 추심명령)으로 전환합니다. 신탁사가 자금집행 절차 조항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면 추심금 청구소송이 추가됩니다. 또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조합을 상대로 한 이행의 소를 병행 유지할 수 있어, 양 경로를 동시에 운용하는 전략이 실무상 유효합니다.
가압류가 기각되거나 이의를 당했을 때 남은 차선책은 무엇인가요?
신탁사가 신탁법 제22조 제2항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원이 단서 해당성을 부정해 가압류를 기각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신탁수익권 가압류입니다. 신탁재산 자체가 아닌 조합이 보유한 신탁수익권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신탁법 제22조 본문의 직접 적용을 피하면서 조합과 신탁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현실적 수단입니다. 둘째, 재산명시신청 + 부동산 압류입니다. 조합이 토지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면 경매를 통한 회수가 가능합니다. 다만 조합 재산은 총유(민법 제275조)에 해당해 처분 제한이 있으므로 집행 가능한 재산인지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체자 미확보 상태라면 재시도 타이밍은 신규 조합원 모집 완료 직전 — 자금이 신탁사에 유입되는 시점을 포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신혼·맞벌이 부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3단계 — 시효 중단부터 계좌 특정까지
맞벌이로 모은 수천만 원이 묶인 상황에서 소송까지 이긴 뒤에도 회수가 안 된다면, 시간과 에너지 모두 한계에 달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행동은 세 가지입니다.
1단계 — 소멸시효 중단 조치 즉시. 판결 확정일로부터 시효가 진행됩니다. 가압류 신청, 재산명시신청, 내용증명 발송 중 실행 가능한 것부터 즉시 진행해 시효를 끊으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10년을 기다리는 건 위험합니다.
2단계 — 신탁사 계좌 특정 및 잔액 확인.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서, 조합 공시 서류, 필요 시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통해 신탁사 계좌번호와 현재 잔액을 확인하세요. 잔액이 없는 계좌를 가압류하면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3단계 — 신탁법 제22조 단서 논거 구성 + 가압류 신청. 피압류채권 존재 입증, 환불 절차 요건 소명, 단서 해당성 법리 구성을 갖춰 가압류 신청서를 제출하세요.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기각 확률이 높습니다.
"조합에 이겨도 통장이 비고 돈이 신탁사에 있으면 회수가 막힙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조합과 신탁사를 함께 겨냥해 회수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다만 신탁사는 계약상 집행 절차·요건으로 다툴 수 있어, 절차 충족과 입증이 관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조합 상대 판결이 확정됐는데, 신탁사를 제3채무자로 바로 추심명령 신청할 수 있나요?
추심명령은 가능하지만, 신탁사가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상 집행 절차 조항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면 추심금 청구소송이 추가됩니다. 피압류채권 존재 입증이 선행돼야 하므로 사전 서류 검토가 필요합니다.
가압류 신청 비용과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가압류 신청 시 공탁금(청구금액의 통상 10~20% 수준)이 필요하고, 결정까지 통상 수일~수주가 소요됩니다. 신탁사 이의 제기 시 본안 소송으로 전환되면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어 개별 사안 검토 후 안내받으시길 권장합니다.
규약에 '대체 조합원 입금 시 환불' 조항이 있으면 가압류도 안 되나요?
이 조항이 있어도 환불 채권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법원이 환불 절차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피압류채권 성립을 부정할 수 있어, 해당 조항의 무효 또는 요건 충족 여부를 함께 다퉈야 합니다. 구체적 진행 방법은 사건 검토 후 안내 가능합니다.
이런 신호가 보이면 혼자 두지 마세요
아래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당장 대응 타이밍을 점검해야 합니다.
• 판결 확정 후 6개월 이상 경과했는데 아직 강제집행 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 조합 계좌를 압류했지만 잔액이 없어 효력이 의심되는 경우
• 신탁사가 "신탁재산이라 집행 불가"라는 답변으로 버티는 경우
• 가압류를 한 번 기각당한 뒤 재신청 방법을 모르는 경우
신탁사 계좌 가압류는 단서 해당성 논거, 피압류채권 특정, 잔액 타이밍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설계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만 빠져도 기각되거나 효력이 부정됩니다. 법무법인 서앤율은 조합 상대 부당이득반환 소송과 신탁사 상대 추심금 청구를 병행 설계해 회수 경로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이 단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글은 법무법인 서앤율 소속 변호사가 작성·검토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분쟁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기준일: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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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사안만 간단히 정리해 한 번 짚어보세요.
가지고 계신 서류(계약서·내용증명·문자 등)를 정리해 사실관계를 한 번 점검받는 것만으로 대응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전국 어디서나 지역주택조합 소송 비대면 유선 상담이 가능합니다.